e 삼천당제약처럼 '뻥튀기 공시'로 못 속인다…제약·바이오 공시 전면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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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기술이전 계약금·마일스톤 구분 공시 의무화…IPO 공모가 산정 근거도 표준화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코스닥 시가총액 1위까지 올랐던 삼천당제약이 실적 전망을 보도자료로만 흘렸다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찍혔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공시 전반을 손보기로 했다.

앞으로 기술이전 계약을 공시할 때 총 계약규모만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나눠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1조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처럼 총액을 앞세워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중 계약과 동시에 실제로 받는 돈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임상 성공이나 품목허가처럼 조건을 채워야만 들어오는 마일스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계약 규모만 부각되다 보니 투자자들이 이를 이미 확정된 수익으로 오인하는 일이 반복됐다.

왜 지금 공시를 손보나

금융감독원은 30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외부 자문위원과 제약·바이오 업계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증권신고서, 정기·수시공시, 관련 언론보도 전반을 검토한 결과를 담았다.

이번 개편의 직접적 계기는 올해 2월 불거진 삼천당제약 사태다. 한때 주가가 100만 원을 넘었던 삼천당제약은 계약 구조 논란과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며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했다. 실적 전망 정보를 정식 공시가 아닌 보도자료로만 배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 사태 직후인 4월 10일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 TF'를 발족해 석 달간 개선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동규 금감원 공시심사국장은 TF 출범 당시 "삼천당제약 사태처럼 회사가 임의로 배포하는 보도자료와 법정·거래소 공시의 내용이 다른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감원은 최근 임상시험 결과나 기술이전 계약 규모가 과도하게 해석되거나 공시 내용과 언론보도가 서로 어긋나는 사례가 반복돼 투자자 혼란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연구개발 전 과정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정확성과 비교 가능성을 높여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개선안의 초점을 맞췄다.

제약·바이오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번 개편의 파급력은 작지 않다. 코스닥 시장에서 제약·바이오는 올해 3월 말 기준 시가총액의 29.9%(183조 원)를 차지했고, 지난해 IPO 시장에서도 시가총액 기준 47.0%에 달했다.

공모가 산정부터 계약 공시까지, 뭐가 달라지나

IPO 단계에서는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 가정을 표준화한다. 앞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은 예상 시장규모, 임상시험 성공확률, 허가·심사 리스크, 개발기간과 소요비용 등 네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공모가 산정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예상 시장규모는 전체 시장과 실제 목표시장을 나눠 적어야 하고, 임상시험 성공확률은 회사가 임의로 추정하지 못하도록 논문이나 기존 통계 같은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산정해야 한다.

상장 이후 공시도 크게 바뀐다. 기술이전 계약은 총 계약규모뿐 아니라 계약금, 개발 마일스톤, 허가·판매 마일스톤, 로열티를 구분해 각각의 지급 조건과 성격까지 함께 공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는 실제로 확정된 수취 금액과 앞으로 조건이 충족돼야 들어오는 금액을 구분해서 볼 수 있게 된다. 계약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계약 상대방을 밝히지 않는 경우에도, 상대방의 규모나 사업 역량 같은 최소한의 정보는 공시하도록 했다.

정기공시에는 파이프라인별 '연구개발 이력관리 총괄표'가 새로 생긴다. 현재 개발 중인 후보물질은 물론 과거 공개했던 제품군까지, 개발 완료·개발 중단·품목허가 등 주요 진행 경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처음 계획보다 일정이 늦어지면 지연 사유와 앞으로의 계획도 함께 적어야 한다.

수시공시에서는 임상시험 결과를 공시할 때 전문용어의 뜻과 해석 방법을 함께 안내하고, 해당 파이프라인의 과거 공시 이력도 쉽게 연결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수시공시 세부 개선안은 한국거래소가 별도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언론보도 관리 기준도 강화된다.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공시를 통해 먼저 공개해야 하고, 이후 나가는 언론보도는 그 공시 내용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공시되지 않은 중요 정보를 덧붙이거나 과장되고 주관적인 표현을 쓰는 것도 지양하도록 했다. 특정 투자자에게 정보를 먼저 제공하는 행위는 제한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내부 승인 절차를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금감원은 이번 개선방안이 "'기업이 말하는 공시'를 '투자자가 이해하는 공시'로 바꾸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공시와 언론보도의 일관성을 높여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위험요인을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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